실패 즐기기

이른 아침 회사를 향하는 마지막 버스에서 내리면, 젊은 학생들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모여있다. 편의점에서 간단한 아침을 사고는 황급히 뛰어간다. 이 같은 날이 며칠 반복되다 회사 근처에 재수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 그때는 여느 고등학생과 같이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원하는 대학에, 이름있는 대학에 가지 못하면 내 인생이 끝나는 것 같았고 내가 공부 때문에…

좀비가 강타한 우리의 여름

올 7월 개봉한 영화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재난 영화가 연상되는 극중 상황 속에서 참 많은 우리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두 번을 봐도 재미있었던 좋은 영화였습니다. 조금은 생소했던 영화의 설정은 좀비물. 마냥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무한한 살상과 사람들의 괴성만이 있을 것 같은 좀비물의 이야기 구조에도 정해진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성공하기 위한 청춘이 아니예요

    고작 이십대를 지나고 있어요. 노인들은 세월 금방간다 말하지만, 우리가 지낸 시간들을 세월이라 부르기엔 아직 민망해요. 우린 언저리에 있어요. 삶의 한복판에조차 들어서지 않았다구요. 그러니까, 아직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예요. 효율적인 선택을 하려 하지 말아요. 실컷 실수하고 잘못 선택해도 아무것도 망쳐지지 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어른들의 말보다는 인생이란 게 길다고 생각해요, 전.…

만만한 게 판지오다

중학교 때 나이키 에어 조던이 너무 가지고 싶었다. 울 집 형편에 그건 너무 비쌌고, 대안으로 내겐 프로월드컵의 두툼한 농구화가 쥐어졌다. 프로스펙스도 아니고 프로월드컵. 꼭 축구화 만들법한 이름의 브랜드에서 나오는 농구화. 아디다스나 리복 정도만 되었어도 어느 정도 수긍했을 텐데, 프로월드컵이라니! 그건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은 대안이었다.   형편이 좀 나아진 고등학교 시절, 열아홉의 여름. 아부지는 내게 조던…

우리들의 올림픽 정신

“인간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척도는 그 사람이 승리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느 정도 노력하였는가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승리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올림픽 운동은 세계에 하나의 이상을 심어주는 일이며, 그 이상은 바로 현실생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육체의 기쁨, 미와 교양, 가정과 사회에 봉사하기 위한…

투수놀음

야구는 공을 던지다가도, 공을 받을 줄 알아야 하며, 휘두를 때와 달려야 할 때를 계산해야 하는, 심플하지만 복잡한 경기입니다. 최소인원 아홉 명이 경기를 시작한다는 것이 불과 몇 달 전 아홉이 된 판지오와 닮아있습니다. 판지오는 아홉 명이 한 팀으로 야구와 같이 팀워크가 우선시 되는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야구와 달리, 마케팅을 하는 패션 디자이너가 팀의 수장이며, 제품을 제안하는 마케터와 끊임…

만화경 속 멀미

시장의 변화라는 어려운 말을 해석하는 것 보다, 창밖을 바라보며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는 것이 변화를 알아가기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외국의 SPA 브랜드에서 K-style이라며 한국 패션에 대한 특별 협업 라인을 만든 사례로 보아, 한국 사람들의 옷차림과 옷에 대한 애정은 대단합니다. 그런 한국 사람들의 요즘 옷차림은 어떤가요?   한국의 옷차림을 논하기에 앞서, 가장 패션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작심삼일

이른 퇴근에 버스에서 바라보는 차창밖 분주한 걸음의 사람들을 보니, 러닝머신이 생각난다. 내가 헬스를 다녔었구나. 몇달째 나의 발은 헬스장과는 동 떨어져있다. 1월에 끊은 운동권은 4개월까진 꾸역꾸역 존재감을 알리다, 날좋은 오월이 접어들고는 기억에서 옅어졌다. 그리고 10월. 몇개월 뒤면 처음 마음을 다졌던 1년이 다가온다. 한번에 너무 무리해서 일 년치를 끊은 탓일까, 이지 정말 내 운동권이 수명이 다할 때가 온다. 나는…

monsoon

  1. 기다란 비의 장막을 가을이 걷어버렸거늘 습한 기운은 여전히 당차다. 있을대로 양껏 아스팔트를 적시더니  미련만 남겨놓고 가려버렸다. 질긴녀석이다- 싶지만 금세 우수수 바람이 몰려온다.네 번의 굴레를 돌고 돌아서, 우리는 기며, 걷다, 달리고 눕는다. 그리고 작년의 나는 올해의 나와 다른 사람이길 감히 바란다. 2. 대단한 변화를 시도하는 인간은 어쩌면 정말 대범한 인간이다. 돌아오는 일년마다, 꼭 봐줘야할 명작들이…

우리의 모든 행동은 퍼포먼스다

장막이 걷히고, 무대로 나간다. 주저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힘차게 도약한다. 나태했던 시간속 나를 움직인 촉매제를 향해 움직임을 마음껏 뽐낸다. 정말 강인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사람과의 연결을 끊을 수는 없다. 움직임은 대상을 향하게 되어있다. 그 대상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 되어 있을 때, 우리는 엄청난 폭팔력을 가진다. 목표는 훌륭한 촉매가 되어 심장을 더욱 뜨겁게 요동칠 것이며, 머리는 무궁한 설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