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다섯시 반.
다소 이른 시간 눈을 떠 여섯시까지 학교 운동장을 향한다.

학생들의 운동장은 비었고 빈 운동장은 아저씨들의 차지다. 전날 과음과 풀리지 않은 피로에도 불구하고 평균 나이 40세가 넘는 그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월드컵도 아니고 유럽 챔스도 아닌 이곳이지만 열기만큼은 실제 경기장 못지않다. 그러나 움직임은 열정을 따르지 못하고 그들의 나온 배며 주름진 살은 안쓰럽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이제 막 축구의 재미를 알게 된 10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말 새벽이 북적이는 곳은 학교 운동장만이 아니다. 자전거 도로, 육상 트랙, 산의 정상 따위에도 쉬어야 할 시간 쉬지 않고 애써 땀을 흘리며 자신의 한계와 마주한 이들이 적지 않다.

10여 년 전부터 일까. 마라톤 대회가 열리면 수많은 사람들로 미어졌다. 그들의 목적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이 건강과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인 김정운 교수는 이런 대한민국 남성에 대해 말하길. 너무 많은 것들에 억압받고 표출하지 못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이들은 흔히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는 멋진 말로 포장하지만 실제 그들이 산을 오르는 이유는 감탄하기 위해서라고. 산꼭대기에 올라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우와 하며 감탄하기 위해서라고 책에서 말한다.

남자들이란 참으로 외로운 존재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사회로부터 충분히 존중받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는다면 이토록 피로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를 일이다.

경기 중 발목을 다쳐 얼음찜질을 하며 경기장 안의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6월이지만 이미 7월의 더위에 이르렀고 전후반 45분 의 정식 룰을 따르진 않지만 20분씩 나누어 3 ~ 4경기를 뛰다 보면 다음날 피로와 온몸을 감싸는 근육통에 그들을 괴롭힐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은 경기장에 서 있다.
하나의 플레이와 골에 기뻐하며 환호하는 그들이 안쓰러웠다.
그들처럼 피로를 무릅쓰고 나왔으나 실력 발휘도 못한 채 경기장 밖에서 아파하는 나 또한 안쓰러웠다.

우리 모두는 안쓰러운 존재들이다.
우린 다음 주에 새벽 아침에 또 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