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한참을 잠들지 못한 채 폰을 만지었다. 폰을 만지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서 같은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듣고 하릴없는 시간을 보내었다. 무언가 모를 공허함이 날 지배하였고 피곤한 심신임에도 쉽게 잠들 수 없는 그런 밤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 마음이 공허한 그 연유를 알게 되었는데 마지막이라서다. 마지막 밤이라서 그랬던 것이다. 이번 일정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좋음과 옳음. 일정의 목적이 둘 사이 어느 곳에 더 가까운 것인지 스스로 끝없이 되뇌었으며 시작하기로 결정한 뒤엔 취소되기도 했고 다시 시작되기도 했다. 도착 후엔 벌레와 무더위, 그들의 바가지 요금과 대립하였으며 현지인과 서로 부족한 영어로 다투기도 하였다.

길리 트라왕안, 사누르, 꾸따와 우붓, 짱구 총 다섯 장소를 이동하였는데 그곳의 정경에 놀라 ‘우와’라는 감탄사에 쉼 없었으며 특히나 꾸따의 석양은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우린 현지인처럼 옷을 입고 밥을 먹었다. 그들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으며 새까맣게 탄 피부에 현지인 친구들이 자신들과 피부가 똑같다며 놀리기도 하였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꾸따에선 찰리와, 바리, 아리바바, 아디와, 존 이란 친구와 어울리게 되었으며 영어와 용기가 부족한 날 그들이 대신하여 수많은 인원을 섭외하여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태양이 머무를 적엔 촬영을 했고 태양이 내려앉을 무렵엔 물이 빠져나간 해변에서 현지인과 비치사커를 했다. 그들과 함께 땀 흘리고 부대끼며 역시 남자는 운동을 하며 가까워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땅 건너 바다 건넌 타국임에도 여러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었으며 우리가 만난 어떤 분께선 한 달 만에 만난 한국 사람이 너무 반가웠나 머지 열두시가 다 되도록 우릴 쉽게 보내주지 않았다.

사실 즐거웠던 이 모든 기억을 합쳐도 내가 가졌던 조금의 부담을 넘어서지 못한다. 참으로 부담스런 여정이었다. 이 모든 결정이 단지 이기적인 것에 지나진 않을지. 행보에 따른 책임과 시선을 어떻게 극복해야만 하는지. 혹여 모를 누군가의 조롱에 난 어떻게 대처해야만 하는지. 걱정과 부담에 쉽게 잠들지 못하였으며 때문에 매일이 피곤했다.

그러나 함께했던 나의 환상의 짝꿍. 꾸따 바이크 베스트 드라이버 HEO는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발리가 떠나가도록 코를 골았으며 분명 아침잠이 많이 없다고 하였음에도 미녀인 듯 아침잠을 마음껏 즐겼다. 그러나 그가 없었더라면 이 여정이 아무것도, 이만큼의 결과물을 절대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난 이제 돌아간다. 돌아가기 전 미고랭을 열봉지 가까이 샀으며 라시고랭으로 저녁 식사를 마무리한 채 내가 머물렀던 곳으로 다시 데려다줄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즐거웠으나 부담스러웠고 힘들었으나 행복했다. 나에게 더없이 좋은 경험이었으며 이를 승낙해준 이와 함께, 여정 내내 함께였던 허와 렴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