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라 죄송합니다.
(C) 도전 골든벨 파주 동패고등학교 편


라고 운을 뗐지만 사실 나 역시도 문과다. 심지어 외국어고등학교, 언어가 주가 되는 학교에서 졸업 했을 정도로 나는 국어가 좋았다. 하지만 문과라고해서, 공대생인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MT를 가는 둥 돈 계산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절대로 망설이지 않는다. 만원 내지는 2만원을 셈이 빠른 공대생친구에게 쥐어주고 문송하다. 잔돈은 가지고 와라”하고 자리를 비킨다.

물론 어제까지만 해도 나에게 있어 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말은 언제나 장난조에 불과했다. 가끔 나이차가 많이 나는 형들이 ‘문과는 힘들다. 취업 깡패인 이과로 전과해라.’ 이런 말을 하고는 했는데, 저학년들이 으레 그렇듯 나는 아주 부드럽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냈다. 귀에 담아둔 순간이 수 분 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우스갯소리가 시사상식 사전에조차 등재되어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문송
합니다.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인문계열 전공자들의 힘든 취업 상황을 나타낸다. (C) 네이버 시사상식 사전
내가 아는 형들은 잘만 취직해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또 잘 알아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14년을 기준으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여러 대기업과 그 하청 기업들은 이미 문과생을 정기채용 하지 않는다. 그 수가 꽤 많은데, 유명 대기업 대졸 공채 자격요항을 살펴보면 이과에 유리하며, 실질적인 예로 그 공채 합격자의 80%가 이과생이다. 반대로 문과 및 예체능계의 유명 대기업 대졸 공채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웃긴 점은 문과 및 예체능계가 모든 대졸자의 60%를 차지한다.



전체 대졸자의 나머지 40%에 불과한 공대생들을, 모든 곳에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 문과만 나무랄 수 는 없다. 뉴스에서 단 한번이라도 ‘인문계 인재 해외로의 유출 심해‘라는 헤드라인을 본 적 있는가. 우리 나라 뿐만이 아니라 이미 다른 나라들도 이공계의 수요만 높은 것이다. 생각해보자, 미국이라는 나라는 모든 산업이 비스무리하게 거대하긴 하지만 서비스업 역시 괴물 같은 덩치를 자랑한다. 그런 나라에서 조차 이공계의 수요가 인문계보다 훨씬 높다.

사회 전반의 문제가 크다. 예를 들어 각 학교, 학년 별로 전문 상담 교사가 있는 유럽의 선진국들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각 학교 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학교에서만 찾을 수 있거나 혹은 시골의 학교들에서는 상담 교사에 대한 개념조차 모르는 곳들도 더러있다. 아직도 학생들에 비해 터무니 없이 교사가 적지만 인구의 감소를 빌미로 교육 당국은 고용증가를 실시하지도 않는다. 사회는 高스펙을 원하고, 高스펙을 얻을 수 있는 시험은 많이 만들지만, 정작 이 문제를 해결 할 수있는 일자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미비하다.


한 때, 우리 나라에 경영과 경제 계열, 상경계의 흥행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모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sky의 경영학과에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문송합니다’ 시사상식사전의 뒷편까지 모두 긁어오면 이것이 그 다음의 문장이다.


상경계의 취업 또한 어려워지면서 상경계라서 죄송하다는 뜻의 ‘죄상(商)합니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유행과 수요는 한 순간에 뒤집힌다. 그 무엇이 우리의 생계를 책임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먹고 살자는 다짐부터 하게 되는 대학의 꿈이 조금은 서럽다고 나는 생각한다. 낭만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학과와 관련된 꿈이 있다는 것, 그것이 봄이 가득한 교정에서의 진득한 이야기의 중심 아닐까. 또 한 번 문송하다.

글. 임주혁. 문송하지 않다.
에디터. 박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