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별을 했다.
근 2년간 사랑했던, 좋아했던, 아쉬웠던, 미안했던, 지겨웠던 여러 가지와 이별을 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는 고향과 이별을 했다. 따지고 보면 고향은 아니고 고향 옆 동네이기는 하지만.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사랑했던 기억은, 사실 그때의 이별이 내게는 가장 아프고, 슬프고 사실은 가장 짜증 나는 이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노래가 있다. 멜로디를 참 좋아한다. 제목과 내용은,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때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 있어.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 있어, 말 같지도 않은 소리



5년 전에 했던 이별은 결정하기까지 참 힘이 많이 들었다. 질러 버리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결정이었는데, 당시에는 매우 오래 걸렸다. 그러나, 이별을 이야기할 때는 결정의 시간에 비해 너무 쉽게 이야기했다. 사실 이야기 못 할 줄 알았는데 막상 입에서 나오게 되니까 흡사 내리막길에 내던져진 두루마리 휴지처럼 입에서 이유를 풀어내는 일을 막을 수 없었다.

어려웠던 이유는 정 때문이었다. 정이 뭔지. 그 친구와 20대 초반의 거의 모든 시간을 같이 했다. 지금 내 인격의 8할 이상이 만들어진 그 시간을 같이 보냈다. 사실상 내가 이런 사람이 된 이유도 그 친구의 영향이 컸다. 안타깝게도 좋은 이유는 아니었지만.

그 친구와의 시간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덜컥 겁이 났던 것은 ‘그 친구와의 시간’이 아니라, 내 20대 초반을 송두리째 들어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순간 ‘너무 오래돼 버렸다’라는 생각이 들어 26km를 달려온 그 친구를 곧장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첫 번째 정을 떼어냈다.



나는 새로움을 좋아하지만, 새로운 것을 직접 받아들여야 할 때는 조금 곤혹스럽다. 쉽지 않다. 아직도 어렵다. 학기를 끝마친 뒤 제출한 첫 번째 이력서 덕분에, 갑작스러운 새로움을 맞이해야 했다. 그리고 갑작스러우면서 피할 수 없는 이별도 준비해야 했다.

그 친구와는 올해까지 햇수로 벌써 17년째 친구였다. 원래 그 친구가 12년 동안은 아버지의 친구였다. 내가 군 복무를 끝낸 뒤, 아버지는 새 친구가 생겼기 때문에 원래 함께 다니던 친구를 나와 다니게 하셨다. 그렇게, 그 친구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와 친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와 함께 한국의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그는 조금 힘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와 내 친구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약 1,000km의 여정이 끝난 뒤, 나는 그 친구에게 선물로 목욕과 엔진오일을 넣어줬다.



사실 그 친구와 함께 다닌 지 일주일 만에, 나는 그를 다치게 했다. 그리고 6개월째 됐을 때, 나는 그의 턱이 날아가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만 있어야 했다. 2년째 됐을 때도, 나는 쓸데없는 자신감에 그의 멋진 뒤태에 상처를 입혔다. 같은 해에는 그의 볼에 흉터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불평 없이 나와 함께 했다.

나는 매우 미안해서, 그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가 30만 km를 돌파했을 때, 그에게 ‘지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지구 10바퀴까지 달리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에도 안 들고, 그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기 3개월쯤 전에, 친구가 그에게 ‘싼싼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왠지 정이 갔다. 그도 마음에 들었는지 투덜거리지 않았다.





아마 우리는 이런 친구였을거라고 자부한다.






학기가 끝난 뒤 더는 놀 수 없었기 때문에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예상에 약 6개월 동안은 놀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싼싼이랑 여행이나 갈까, 싶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첫 이력서에 합격했다. 그와 여행을 계획하기도 전에 엎어져 버렸다. 여행이 엎어짐과 동시에, 그와도 이별해야만 했다. 이제 내가 없으면 그와 함께 달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함께 달릴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왜 이렇게 슬프고 짜증 나는지 모르겠다.

그 친구와 함께했던 마지막 날 썼던 짧은 일기다.

친구가 지어 준 싼싼이 라는 이름이 익숙해질 만 하니 헤어지게 되었다.

진작에 이름 지어줄 걸 그랬다.

주인 잘못 만나서 5년 동안 많이 다치고 고생했다.

이제는 못 달릴 줄 알았는데 찾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정말 잘 됐다.

자동차 따위한테 무슨 정이 드느냐고 빈정거렸었는데,

안 다치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 달릴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짜증 나고 슬픈지.







그와 이별한 지 이제 2주밖에 안 됐다. 그런데 저 일기만 보면 자꾸 마음이 저릿하다. 먼저 말했듯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생각하면 짜증 나고 슬프고 그런 것이다. 거기에 정이라는 것이 끼면, 더 짜증 나고 슬픈 게 이별이다. 짜증 나네.




글. 성문경(28) 냉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