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알람을 듣고 일어난다. 침대에서 나와 씻고 옷을 입는다. 역으로 가 전철을 탄다. 두 번 환승해 신논현역에 내린다. 살짝 헤매다 6번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나간다. 엘리베이터의 끝엔 할머니 한 분께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계신다. 괜찮아요, 하고선 볼 일을 보고, 버스를 타 학교로 돌아간다. 언론정보관 라운지에 앉아 과제들을 하나씩 한다. 밤이 돼 자리를 정리한다. 조금 출출하다. 패스트푸드점에 들러 햄버거를 사 들고 기숙사로 간다.


지난주 토요일 나의 하루 일과다. 특별할 데란 도저히 없고 굉장히 일상적이다.





새벽 5시, 알람을 듣고 재빨리 끈다. 아이가 깰까 싶어 조심조심 세수와 면도를 하고 옷을 대충 입고 집밖으로 나선다. 파랗게 시린 새벽 공기를 피부로 먼저 마시고, 긴 숨을 들이킨다. 잠이 확 깬다. 작은 경차를 끌고 차고지로 간다. 기사 휴게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동료들과 인사를 한다. 곧장 나와 첫차 버스에 시동을 걸어 모터를 녹이고, 차 안 구석구석의 먼지를 털고, 외벽에 묻은 얼룩이나 새똥은 없는지 살핀다. 운전석에 앉아 히터를 켠다. 백미러에 비친 얼굴을 한 번 보고 씨익 웃어본다.



등에 뜨거운 느낌이 들어 부시시하게 잠에서 깬다. 전기장판의 온도를 낮추고 이불을 걷으면 차가운 집 안 공기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용역 센터에 가서 오늘 뿌릴 전단지를 받는다. 어머님 이거 어디 갖다 버리시지 말고 다 뿌리셔야 해요. 항상 일하는 6번 출구로 간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건네 본다. 괜찮아요. 안 받을게요. 10장, 10장만 더 하고선 밥을 먹어야지. 아들뻘 되는 청년 한 명이 정장 차림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온다. 와인색 폴더폰을 꺼내 들고 아들에게 전화 한 번 해볼까 말까 하다가 바쁜데 방해하는 건 아닌가 싶어 그만둔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아무 도시락이나 집어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잠은 학교에서 잔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에 의해, 점심 저녁시간에 친구들에 의해, 간혹 깨기도 한다. 야자는 하지 않고 패스트푸드점으로 곧장 출근한다. 사원복으로 갈아입고 새벽까지 일을 한다. 6시에 근무가 끝나면 집으로 간다. 씻고 나서 동생의 아침을 차려주고 잠깐 숨을 돌린다. 요즘은 날이 추워서 학교에서 자다 보면 한기를 느낀다. 담요를 하나 살까 고민하다가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사치이지 싶어 한숨만 크게 내쉰다.



특별할 데 없었던 하루동안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일상이다. 나 하나의 이야기보다 훨씬 다양하고 굴곡 있는 이야기들이다.









주말 밤 한강엘 가면, 고작 열 발걸음을 가는데도 여섯 일곱 분의 사람들이 달려들어 치킨집 전단지를 건네 주신다. 가장 먼저 드는 건 거부감. 나는 아무래도 받을 의향이 없는데 무작정 전단지를 들이대시니 참 당황스럽다. 그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은 그 사람에 대한 거부감으로 쉽게 변질된다. 아, 저 분은 왜 저렇게 무례하신 거야.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을 기다릴 때 아르바이트생의 미숙함으로 인해 실수가 발생할 때가 종종 있다. 메뉴가 하나 빠지거나, 주문 순서가 뒤바뀌거나, 결제 과정에서 차질을 빚는 등의 실수들. 많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성인이 안 된 학생을 고용하기 때문에, 이런 실수의 경험은 어린 학생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기 쉽다. 왜 일도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을 쓰는 거야.


두 경우 모두, 바로 그 상황에서 바로 그 사람만 보고 생각을 단정짓는 우리의 오류다. 우리는 항상 자신밖에 볼 수가 없고, 지구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왜 앞에 놓인 사람의 초상 뒤 모습은 보지 못하는지, 그래서 역지사지가 이렇게 어려운 건지.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저 2015>이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다른 건 기억이 잘 안 나고 ‘최전선’이라는 말만 아직까지 기억난다. 삶의 최전선. ‘전투노동자’라는 말이 있다. 내가 금방 만들어 낸 말인데, 삶의 최전선, 그러니까 치열한 삶의 현장, 우리가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바로 그곳, 에서 마치 전쟁을 하듯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노동에는 한 사람의 삶이 깃들어 있다. 사정이 딱할 수도 있고, 마음이 찡할 수도 있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하는 삶 속엔 누군가의 노동이 있고, 그 노동엔 그 사람의 삶이 있다. 그런 것들을 알고 나면 내 작은 습관들이 바뀐다. 전단지는 웃으면서 거절하지 않고 받는다. 전단지가 다 나가야 그 사람이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땐 꼭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세상엔 사소하지만 감사한 일들이 많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아침 찬 공기를 마시고 집을 나설 때면 오늘은 어떤 삶의 전사들을 만날지 궁금해진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원고를 쓰고 있는 나도 나름 치열한 전투 속에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글. 이명우. 당신이 마주했거나 마주할 사람
사진. Anubhav Sax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