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셋쨋주 목요일이면, 대한민국이 들썩인다. 수능을 치룬지 이제 7년이 지난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수능은 11월 즈음 보이는 찹살떡과 초콜릿 매대를 보지않는 이상, 기억하지도 못할 그런 날이다. 물론 나조차도 고등학생때엔 하루하루 수능 카운트를 세며 지낸 날도 많았지만 말이다.




1. 태초에 과거科擧가 있었다.



지금 국가에서는 시속의 글솜씨로 인재를 뽑고 있다.
각종 이권과 녹봉이 이것에 달렸고, 성공과 명예가 이것으로부터 나온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이 길이 아니면 더불어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박제가, <과거 제도에 대하여>에서




(C)과거시험 재현 행사






과거로 말할 것 같으면 엄청난 과거까지 내려가, 고려 광종 9년 때 처음 시행된 이야기로 시작해야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가까운 과거의 조선시대 과거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고려시대 과거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 후 진행된 조선시대의 과거는 이미 한차례의 시험으로 뽑힌 200명이 또 시험을 치르고 33명만 통과하는 엄청난 시험이었다. 놀랄일이 아닌게, 앞서 말한 고려시대 과거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한 것이 이것이다, 경쟁률. 이러니 한글을 만들고 측우기를 만들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손 꼽히는 사법고시,입법고시,외무고시 그리고 행정고시를 박살내는 것이 바로 과거 시험이다. 교과서 속의 문제를 보아도 머리가 아파오지만, 과거 선조들은 사서삼경 암기는 기본이요, 자치통감 수준의 역사서도 알아둬야했다. 제일 난관은 답을 작성할때는 무려 한문을 사용했다.



올바른 신하를 얻기 위한 방법에 대하여 논하라. 태종 14년(1414년 갑오)
고소고발 사건에 대하여 원만한 처리 방법에 대하여 논하라. 세종 11년(1429년 기유)
혼인 시에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풍습을 고칠 방법에 대하여 논하라. 세종 16년(1434년 갑인)
왜인(倭人)들에 대한 효율적인 예산 집행 방법에 대하여 논하라. 성종 2년(1471년 신묘)



과거 시험에 제출된 문제를 보면, 어떠한 부분에 편중되지 않은채 사회 현상과 전반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과거 시험의 문제로 우리는 그 당시 시대도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거시험은 생각의 깊이를 알수있는 시험으로 공부의 시간만큼 사람에게 흡수되어, 그 사람을 만드는 시험이었다. 음, 알파고가 못푸는 시험. 이런 과거시험은 1894년 제 1차 갑오개혁 시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더 많은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시험들을 치게될 시험치는 아이들.. 미안해, 아이들아!






2. 날아가는 비행기도 멈추는 마법의 시험


11월 셋쨋주 목요일 오전. 대한민국의 운송수단은 긴장과 더불어 시간이 멈춰버린다. 입국하려던 비행기도 하늘에 멈추게 되고, 대형 운송차량은 학교 주위에 다가가지도 못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 수학능력 검사의 힘이다. 수능날 아침 수험생이었던 나는 뭔가 늑의 양양했다. 길거리는 텅 비었고, 수험을- 마치 엄청난 무언가를 치르러가는 양, 길거리에는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에너지와 따뜻함으로 당당하게 던전으로 향한다.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의 안전장치를 보려면, S가의 장남에 빗대어 보라고 한다. 무려 그 조차 삼수한, 비리따윈 찾아 볼 수 없는 청렴의 결정체가 바로 수학능력 검사다. 내일 수능에 지원하는 학생은 총 605,988명이며, 1945년부터 시작된 대학 입시제도는 정말 변화무쌍하게 진행되어왔다. 내일 진행되는 400점 만점의 시험 체계는 1997년 대학 수학 능력 평가를 처음으로, 2017년 수능으로 딱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내일의 수능에는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되었다.


수능이 이렇듯 대학이 가지는 의미또한 많이 변해왔다. 옛날에는 정말, 소위 말하는 엘리트라는 사람들만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이 아니더라도 많은 것에 도전과 성공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내수경제의 어려움이 일어나며 대학진학이 모든 것의 꿈으로 비추어질때, 1992년 27%에 육박하던 대학 진학율이 2005년 73.4% 오른 이후 현재까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일인당 평균 등록금 667만 5000원. 4년제를 졸업한 졸업생이 어쩌면 평생 구직자로 남아, 학자금 대출을 갚지도 못하던지, 월 200도 못 받는 직장에 취직이라도 하면 감사해야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3. 박도순의 그게 아닌데


박도순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수능을 설계했고, 93년 시행을 주도한, 수능의 창시자, 아버지!이시다. 다들 분노는 거둬들이고, 이 수능의 문제점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박도순 교수조차 혀를 차는 것이 바로 현재의 수능인 것이다.수능의 아버지에게 듣는 수능의 탄생 스토리는 참으로 탄식이 나온다. 그가 제안한 탈교과적인, 공부 능력을 알아보는 시험이 학생들을 죽음에까지 몰아넣는 시험이 되어 버렸다.


교수의 말을 잘 알아 듣는가? -언어시험이 필요하다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 -수리영역이 필요하다.
아주 간단하게 제안된 시험에 많은 이해관계-과학계와 사회과목계, 영어계에서까지 반발로 거세지며-가 섞이며오늘날 형태의 수능이 완성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청소년의 입시 문제로 인한 자살율은 청소년 자살 전체 중 26%에 육박한다.








4. 의무를 다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독일의 아비투르, 미국의 SAT, 이탈리아의 마투리타 그리고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대학에 가기 위한 시험은 많은 나라에서 치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수능에 목메는 나라는 가까운 나라, 일본을 제외하고는 많이 볼 수 없을 것이다. 등급을 위한 시험이 아닌, 네임벨류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시험이 아닌, 생각의 깊이를 위한 시험이 프랑스에서는 치뤄진다.


바칼로레아 Baccalauréat, 또는 간단하게 bac.
프랑스에서 치뤄지는 중등과정 졸업시험으로 1808년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져 벌써 200년 이상의 전통있는 시험이다. 이 시험은 수능과 달리 몇일간의 일정으로 치루어지며, 필기 시험과 구술 시험으로 이루어진다. 더욱이 재시험 제도도 있으며, 절대 평가로만 진행되는 시험으로 평균 20점 만점 중 10점 이상만 나온다면 프랑스의 모든 공립 대학에 지원이 가능하다.



시험의 과목은 한국 수능에 비해 10개 정도로 많다. 물론 이들도 한국과 같이 프랑스어, 과학, 제 1외국어, 사회/지리 등등 비슷한 과목은 많다. 하지만 그 중 화두는 논술. 논술과목의 경우 그 해, 발표된 논술 문제를 프랑스의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단 하루의 수능을 위해 초등학생까지 선행 수업이 이루어지는 한국에 비해, 시험이라는 주제로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서로 저마다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5.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수능의 감성적인 부분은, 필적 조사를 위해 매 시험 시간마다 적는 OMR카드에 적어내리는 글들이 모두 시에서 인용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모의고사를 포함한 많은 시험들을 치를때도 적어오던 문장이지만, 나의 수능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나왔다. 그것은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무언가 나의 3년이라는 시간을 선물받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치뤘던 2009년 수능은 1997년 이후 말도안되는 불수능으로 일퀄어지고 나는 완벽하게 수능을 망쳤다. 하하하.


공부로 우는 아이들을 가엽게 여기던 내가, 공부로 울게될 날이 있을 줄이야. 수능 가채점을 마치고 엉엉엉 대성통곡한 나는 모든 눈물을 다 쏟아내고서 결심했다. 이제는 이차전이다. 정말 다행이었던게 나에게는 수능을 만회할 2차전이 남아있었다. 나는 미대를 지망하는 예체능 계열의 미술학도였고, 공부는 내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하나의 작은 매개체일 뿐이었다. 아, 생각하니 울분이 터지는게, 나는 미술을 하고싶은데 그 기본적인 원서를 넣는 것조차 순수하게 나의 미술실력이 아닌 원서를 넣을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패기롭게 이차전을 결심 했으나, 그 이차전의 기회마저 수능 점수에 발목이 잡혀버렸다. 이것이 한국 수능의 커다란 망점이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양의 공부를, 똑같은 방식으로 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수능은 상대평가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꿈이 획일화된 것 처럼 비춰진다, 수준 높은 대학이 답이다! 같은 말도 안되는.


공부에 미치다시피 파고들던 때, 반에서 1등을 하는 친구와 함께 공부를 하고있었다. 나는 오로지 내가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넣기위해 공부를 했고, 그 아이는 그당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 좋지, 뭐~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즐기며 하고 있었다. 1등에게 공부를 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나는 그 이야기를 공부를 왜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찾았다.


내가 하고싶고 원하는 일이 생겼을 때, 고작 공부라는 것에 발목 잡히기 싫어서.


결과적으로 그친구는 수능을 치루기 전, 의사의 길을 택했고 이왕 하는거 잘하고 싶다며 유럽으로 갔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진 못했어도 내가 원하는 공부를 마쳤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기위해 이곳으로 왔고, 내가 하며 즐거운 일들을 하고 있다. 빨간머리 앤이 말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은 멋진 일이라고.


내일 수능을 치루는 605,988개의 별빛이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좋겠다.









글. 박재은. 수능따위 망쳐도 성공한 사람!
메인 사진. Dennis Sk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