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멀리 떠나 대학교를 다니다 보니 집에 가는 것도 일이다. 왕복에만 한나절이 걸리기 때문. 쉴 새 없이 달력으로 밀려들어오는 일정들을 처리하는 동안엔 도저히 집에 갈 여유가 나지 않는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하루를 비워 고향에 갔다 왔다. 나는 고향엘 갈 때마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에 들리곤 하는데, 여태 두 번 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이번 일정에도 꼭 학교를 들려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수능이 일주일 남았을 때였다. 내 예전 담임선생님께선 여전히 고3 담임을 맡고 계셨기 때문에, 나는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라는 담임선생님의 부탁을 어림짐작하고 학교로 향했다. 수능을 친 지 이제 막 일 년이 되어 가는 내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수능이 일주일 남은 시점에서 이런 이야기가 무슨 소용 있겠냐마는, 다들 목표를 정하라고들 말하곤 한다, 그러나 목표는 몇 번이고 바뀌기 마련이다, 목표를 정했을 때 그것을 좇기 위한 자신만의 노력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애써라, 그러면 몇 번이 바뀌는 목표 앞에서도 꿋꿋이 나아갈 수 있다, 노련한 항해사는 돛이 부러져도 육지에 닿을 수 있다, 이건 살아내는 삶의 문제다.’


내가 정말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정리해서 속에 꾹꾹 눌러 둔 채 교실에 들어가 입을 뗐다.

“일주일동안 한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정말 바보스러운 짓이었다. 그들이 하는 거짓말,

“하고 싶은 게 있어야 돼. 하고 싶은 걸 찾아.”
“멍청하게 있지 말고 꿈이 뭔지 좀 생각해봐.”



(C)tawheedkader



청춘에게 흔히 건네는 조언이다. 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말은 발화자를 가리지 않는다. 좀 유명하다 싶은 사람부터 일명 꼰대까지.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청춘들에게 목표의 중요성은 늘 강조된다. 그러나, 그 중요한 목표가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목표가 수만가지라면 그에 따르는 노력 또한 수만가지여야 한다. 목표를 설정한 후 맹목적으로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삶은 살아가는 것으로서의 삶이다. 일직선으로 뻗은 트랙과 목적지로 도식화되는 이러한 삶은, 그 위로 달리는 우리들을 경기 중인 선수들로 묶어 다양성을 밀봉한다. 누가 더 빠른지만이 중요하다.

목표가 수만가지라면 그에 따르는 노력 또한 수만가지여야 한다.
목표를 설정한 후 맹목적으로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삶은 살아가는 것으로서의 삶이다. 일직선으로 뻗은 트랙과 목적지로 도식화되는 이러한 삶은, 그 위로 달리는 우리들을 경기 중인 선수들로 묶어 다양성을 밀봉한다. 누가 더 빠른지만이 중요하다.



“여행이 좋으면 무전여행, 배낭여행 등등 온갖 여행은 다 해봐.”
“꿈이 없으면 어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걸 천천히 다시 생각해봐.”



청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조언이 아닐까 싶다. 자신만의 노력과 색깔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사람은, 목표가 갑자기 바뀌거나 삶의 흐름에 큰 굴곡이 있을 때에도 myself를 유지할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그 길을 즐겁게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척추를 곧게 펴고 무거운 삶의 무게를 살아내는 삶을 살 수 있다.

살아가는 것과 살아내는 것. 사소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말이 떠오른다.

글. 이명우. 삶을 살아내는 사람
메인 사진. AM Renaul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