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학대를 잉태하였네

일요일 오전 다섯시 반. 다소 이른 시간 눈을 떠 여섯시까지 학교 운동장을 향한다. 학생들의 운동장은 비었고 빈 운동장은 아저씨들의 차지다. 전날 과음과 풀리지 않은 피로에도 불구하고 평균 나이 40세가 넘는 그들은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월드컵도 아니고 유럽 챔스도 아닌 이곳이지만 열기만큼은 실제 경기장 못지않다. 그러나 움직임은 열정을 따르지 못하고 그들의 나온 배며 주름진 살은 안쓰럽다.…

섣불리 어른이 되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관계 속에 치여 살아간다. 한국 수도 서울 수도권과 지방권이 나뉘듯 관계에 있어서도 가깝거나 먼 관계로 나뉜다. 단순히 보자면 말이다. 지방처럼 먼 곳에 갈 때면 이것저것 챙길 것과 신경 쓸 것들이 많다. 가까운 곳에 갈 때면 보통 생각 없이 맘 편히 간다.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먼 관계는 조심하고 신경쓰게 된다. 가까울수록 편하고 오래되었기에 무뎌지고 신경이…

나는 나다

어릴 적. 내 또래 모두의 책장에 꽂혀있던 건 대개 컬러 백과사전이나 위인전이 아니었을까. 물론 몇몇 친구들의 책장엔 안데르센 동화라던지 디즈니 만화 전집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엔 이 외에도 많고 많은 책들이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 선생님과 부모님께선 위인전 읽기를 특히 강조하셨다. 그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높은 곳에 위치한 위인을 쳐다보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물론…

부끄러워 말자

결심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잘 하는 것만 하고 싶지 못 하는 것엔 선뜻. 부족함이 드러날까 날 감추었던 지난 시간이 애썩하고 후회스럽다. 오히려 지금이 더 부끄럽다. 왜 그 때 조금 더 뻔뻔해지지 못했을까. 몇십 년 안 살아본 인생. 높은 연배의 누군가는 날 더러 니가 뭘 아냐고 묻겠지만 당신들도 내 나이 때 아무 생각 없이 살진 않았을…

죽은 시인의 사회

누구도 아닌 자신의 길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中

이단 옆차기

힘이 바닥날 때까지 다리 찢는 고통이 익숙해질 때까지 후회 없이 후회를 견뎌낼 때까지 어설픈 신념을 깨부술 때까지 전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 오늘도 빈 허공을 향해 이단 옆차기

도긴개긴

작년 스무 살의 청춘. 지금은 스물한 살의 청춘이겠지. 너네도 곧 내 나이가 되겠지. 오너라. 까마득한 사회의 후배들이여.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더라. 사는 게 힘드니깐 다른 쪽으로 핑계를 찾게 되더라. 여행을 가면 좀 괜찮을까? 이 옷을 사면 좀 괜찮을까? 집을 꾸미면 좀 괜찮을까? 지금보다 잠을 더 자면 괜찮을까? 그런데 무엇을 해도 마음 놓이는 거 하나 없더라.…

휴식이 오히려 불편하다

어릴 적엔 야단맞기 싫어 공부하고 고등학교 땐 대학에 떨어지기 싫어 공부하고 대학 땐 취업 못할까 공부하고 입사 후엔 경쟁에 뒤처질까 일을 한다. 그러다 휴식을 취하는 순간조차 왠지 모를 불안함에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하기만 하다. 이토록 우리 삶이 불안한 이유는 내 삶이 아닌 네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네 삶을 사는 이유는 내 삶을 살면 뒤처질…

발리를 떠나며

어젯밤에. 한참을 잠들지 못한 채 폰을 만지었다. 폰을 만지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서 같은 노래를 무한 반복으로 듣고 하릴없는 시간을 보내었다. 무언가 모를 공허함이 날 지배하였고 피곤한 심신임에도 쉽게 잠들 수 없는 그런 밤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 마음이 공허한 그 연유를 알게 되었는데 마지막이라서다. 마지막 밤이라서 그랬던 것이다. 이번 일정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좋음과 옳음. 일정의…

비아냥과 조롱이 싫다

예전에. 내가 알던 누군가는 비아냥과 조롱에 대해 경멸한다고 했다. 본래 여유롭던 그의 표정이었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단호하고 매서웠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것마저 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다. 내 나름 참 열심히 산다.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워낙 예민한 성격 탓일까. 주변의 작은 소음과 행동에도 심히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를 받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