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합니다.

문과라 죄송합니다. (C) 도전 골든벨 파주 동패고등학교 편 라고 운을 뗐지만 사실 나 역시도 문과다. 심지어 외국어고등학교, 언어가 주가 되는 학교에서 졸업 했을 정도로 나는 국어가 좋았다. 하지만 문과라고해서, 공대생인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MT를 가는 둥 돈 계산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절대로 망설이지 않는다. 만원 내지는 2만원을 셈이 빠른 공대생친구에게 쥐어주고 “문송하다. 잔돈은 가지고…

너는 뭘 가장 잘하니?

한 명이 쓴 하나의 기사가 웹에 올라온다. 그 하나의 기사를, 세 명의 기자가 읽고 맞춤법이나 비문 그리고 사실관계와 어긋난 것들을 검수한다. 세 명의 기자가 검수를 끝내면 그 다음 날이나 그렇지 않으면 며칠 뒤, 세상에 공개된다. 이것이 우리 회사의 일이며, 나의 일이다. 대학생 3학년이던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 술을 마시기 위한 어떤 당위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말의 저주

또래 친구들이 후레시맨에 열광할 때 나는 마스크맨에 열광했다. 마스크맨들이 변신할 때 시전하는 핸드사인들과 동양적인 배경이 더욱 좋았다. 후레시맨의 노래는 다 못 외워도 마스크맨 노래는 지금도 다 따라 부를 수 있고, 그 첫 구절은 요즘도 가끔 흥얼거릴 때가 있다. 우리의 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는 힘이 있어요♬ 비밀을 갖고 있어요♪ 마스크맨의 오프닝곡 첫 구절이다. 신체라는 물리적인…

3월의 늦은 안부

나에게 세상이란 여전히 어둡고 무거움이 가득한 안개 속의 미로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지만 시야의 각도를 조금 뒤튼다고 해서 달라질 만큼 상황이 좋지도 않다. 그렇다고 매일 매시간을 니힐리즘*허무주의를 이르는 말에 절어 살지는 않지만, 사실 흥분과 감격, 감동이 무엇인지 잊은 지 오래다. 그런 나조차도 입안 가득 달달함에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혀를 굴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울컥해지는 단어 중…

나 홀로 못 산다

나는 혼자 산다. 지금은, 혼자 산다. 앞으로는, 혼자 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혼자가 좋지만, 혼자가 싫다. 나는 참, 말이 많은 사람이다. 어디에서 내 장점에 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생기면, 나는 늘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한다. “제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무슨 상황에서든 누구를 만나든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단점이 뭐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로 “어색하지 않게…

창의력은 삽질이다

창의적 사고를 해야할 때 막히는 경우가 많다. 아니 사실은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창의력이라는 말이 어느 덧 ‘노동’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는 무슨 말인지 잘 알 것이다. 창의력은 ‘불현듯, 무작위적으로, 문득’ 떠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혜성들처럼 갑자기 퍽 하고 떨어지거나, 만화에서 클리셰처럼 사용되는, 전구가 ‘띵’ 하고 켜지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창의력이 떠오르는…

너는 겁쟁이입니까?

길을 걸어가다 앞에 큰 개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그 개는 당장에라도 나를 물어 죽일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 보이며 맹렬히 짖어대고 있었다. 등에서 땀이 났다. 10년 가까이 친하게 지낸 친구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도 한 달이 넘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오늘만큼은 좋아한다고 말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도저히 못 하겠다. 내일부터 새로운 학교에 다니게…

사람에게 오감이 있는 이유

회사를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는 누나가 유럽에 간다고 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말이다. 부모님은 반대했다. 젊은 여자를 혼자 그 먼 곳에 보낼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내게 누나 보호차 같이 가라고 하셨다. 다녀오면 세상은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싫었다. 사실 겁이 났다는 말이 더…

당신의 입장

이사를 했다. 지난 회사는 집에서 꽤 멀었다. 걷고 지하철을 탔다가, 다시 내려 회사까지 걷는 시간까지 합하면 약 1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였다. 출퇴근 시간에 서울의 지하철을 탄다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 출근 시간에는 어찌어찌 버틴다 치더라도, 내 몸에서 에너지라는 것이 다 빠져나가 버린 퇴근 시간에는, 이러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뚜렷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래서 새 회사는 ‘무조건 걸어가자!’라는…

끝내는 이야기

많은 이별을 했다. 근 2년간 사랑했던, 좋아했던, 아쉬웠던, 미안했던, 지겨웠던 여러 가지와 이별을 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는 고향과 이별을 했다. 따지고 보면 고향은 아니고 고향 옆 동네이기는 하지만.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는 사랑했던 기억은, 사실 그때의 이별이 내게는 가장 아프고, 슬프고 사실은 가장 짜증 나는 이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노래가 있다. 멜로디를…